PROJECT 1
MY TRUEST SUBJECT: PHOTOGRAPHER HONG SOHYUN
MY TRUEST SUBJECT: PHOTOGRAPHER HONG SOHYUN
Where The Camera is Attached
Where The Camera is Attached
01. 눈을 가다듬는 방법
우리, 찍힌 사진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는 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사후적인 부연설명이 아니라 실질적인 현재형의 이야기. 내 사진이 읽힐 동안 나는 사진을 찍는다. 내 사진이 나체로 숭덩 걸리는 순간의 용기를 내되, 그 이후로 나는 뻔뻔하게 모른척 지금의 일과 씨름해야한다.
사진은 인덱스이고, 흔적이고, 어쩌면 그래서, 닿을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아우라를 가진다. 그러나 우리는 판판한 종이가 아닌 말랑한 살덩이가 아닌가? 사진을 만드는 것은 종이가 아니다. 우리는 마음껏 구겨지고 움직이는 몸이다. 보폭 - 눈 - 판단력 - 손가락과 순간의 프레스다. 우리는 어떻게 움직이고, 만나고, 생각하고, 공부하며, 찍고, 현상하고, 고르고, 인화하고, 보여줄 수 있을까?
총 10개의 챕터를 통해 사진을 보는 것부터, 찍기, 고르기, 인화/인쇄하기. 보여주기의 일련의 과정을 함께 공부해보고자 한다. 아주 작은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4월 14일, 논현역에서 eyeseateveryday 팀원들과 만났다. 해외에 거주중이신 대성님으로부터는 메일을 주고 받았다.
민하 어쩌다가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태식 세 번의 기회가 있었던 것 같아요. 우선 유년기 시절 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집 앞에 사진관이 있었고 그 사진관 아저씨와 수다를 많이 떨다가 사진과 가깝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다음에 제가 집에 누나들이 많아요. 그래서 첫째 누나랑 11살 차이가 나는데 그때 누나들이 항상 미니홈피 꾸밀 시기였어요. 그래서 항상 저희 집에는 새로운 기종이 카메라가 있었어요. 제 나이 11살 차이의 누나가 쓰는 걸 제가 쓰다 보니까 제가 학급에서는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친구였어요. 세 번째로는 중학교 때 제 베프가 하시시박 작가의 친동생이었어요. 그래서 걔네 집에 놀러 가면은 패션 이야기, 요즘 사진 이야기, 필름 막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아 이 업계에 들어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게 그때였던 것 같아요.
민하 신기하다. 기회가 진짜 되게 많았네요. 제가 처음 카메라를 든 기억은 그 중학교 때인가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가는데 슈퍼에 짭 일회용 필름 카메라가 있었어요. 이상한, 코닥 이런 데는 아니고 되게 이상한 일회용 필름 카메라가 있었어요. 근데 그거를 수학여행 가서 처음 찍어봤던 기억이 있고 그 뒤로 조금 필름이 재미있었나 봐요. 그래서 조금씩 찍다가 이제 제대로 시작하게 된 거는 대학교 들어가고 동아리에 들어가서 암실을 썼는데 암실이 너무 이상한 거예요. 사진을 보여주는 공간은 엄청 밝고 빛이 있어야 되잖아요. 근데 암실에는 빛이 하나도 허용이 안 된다는 것도 좋고, 그리고 그 안에서 엄청 촉각적인 기분이 들었어요. 뭔가 눈을 감는 것보다 더 안 보이니까 제가 원래도 예민한데 후각이랑 촉각이 너무 예민해지는 그런 시점이 있었고 그 인화를 할 때는 뭔가 그 이미지를 계속 보게 되는 게 너무 좋고 물에서 꺼내는 것도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저한테 약간 되게 홀리한 경험이었어요. 그래서 사진이 이렇게 태어나는 느낌? 다른 감각으로 뭔가 세상을 지각하는 느낌이 있었고 그래서 이미지라는 것에 되게 정을 붙였던 것 같아요.
대성 아주 오래 전 기억이에요. 1985년도. 부모님과 동물원에 갔을 때였는데 아버지께서 들고 계시던 카메라를 주시면서 어머니와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셨어요. 사람마다 그런 순간이 있지 않나요? 설명할 순 없지만 본능적으로 느끼는 순간들. 그건 ‹ 사진을 하고 싶다 › 라기 보다 ‹ 아, 난 사진을 할거야 › 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때가 그런 순간이었어요.
경준 저는 중학생 때 아버지한테 디지털 카메라를 사달라고 엄청 조른 기억이 있어요. 가격도 기억이 나. 23만 4천 원이에요. 24만 원인가 23만 원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 글도 쓰고 싶었고 음악도 하고 싶었고 이것저것 하고 싶었는데 제가 성격이 급하니까 뭐 만들자마자 바로 나오는 게 사진이었거든요. 그래서 사진을 좀 관심을 가지고 종종 찍다가 고등학교 때 교환 학생을 갔는데 거기 학교에 암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학교 수업 중에 흑백 사진 수업이 있어가지고 그때 암실 수업을 하면서 조금 더 관심 가지고 있다가 그때 이후로 종종 사진 학교에 사진 수업이 있으면 듣고 뭐 이런 거 하다가.. 근데 그때는 계속 꿈이 사진 하고 이러고 싶진 않았거든요. 그냥 좋아하는 취미 정도였고 대학교 3학년 때 좀 정신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그때 뭐라도 안 하면 안좋을 것 같아서 그나마 할 줄 아는 게 사진 같아가지고 (하게 됐어요.)
태식 둘 다 암실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민하 맞아요. 대학교 때 사진 찍게 된 것도 저는 그 시골에서 한 20년을 살다가 올라왔는데 되게 이상했거든요.
뭔가 그 뿌리가 흔들리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저는 친구들도 막 10년 이상 안 친구, 집도 이사를 한 번도 안 가보고 항상 똑같은 애들이랑 똑같이 학교에 다니던 그런 아이였는데 서울에 올라오니까 너무 다르고 억울하고 뭔가 되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느낌이 있었어요. 근데 그때 사진을 많이 찍었던 것 같아요.
경준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지금은 주제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훨씬 많지만 그때는 주제 그런 거 없이 그냥 해소하는 느낌으로 찍고 보면 뭔가 제 기분을 실체화해서 보는 느낌이 들어서 그러면 덜 외로웠던 것 같아요.
민하 그러면은 그때 이제 사진을 시작하고 나서 어떻게 좀 공부를 했는지 어떻게 사진이 늘게 됐는지 좀 얘기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민하 사진을 어떻게 공부했나요?
태식 아까 이야기한대로 어렸을 때부터 뭔가 그 사진이랑 친해지는 계기들이 좀 생겼던 것 같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어머니가 저한테 백과사전을 사줬었어요. 그래서 백과사전에 있는 그 사진을 여러 번 보는 행위로 시작을 했고 집에 있는 걸 여러 번 보다 보니까 도서관을 갔어요. 집 앞에 있는 도서관에서 사진이 나온 책들을 찾아서 여러 번 봤던 기억들이 있어요. 근데 그때는 뭔가 그 예술 서적 이런 것들이 도서관에 많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봤던 걸 또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건 (제가) 공부를 했으면 좋겠는 친구였거든요. 그래서 도서관 갈게 이러고 저는 사진책만 계속 봤던 것 같아요. 공부를 안 하고 그런 식으로 해서 더 친해진 계기가 되지 않았나.
민하 그 때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 나세요?
태식 그때 기억을 하면은 오히려 한국 책이었던 것 같아요. 김중만의 아프리카 이야기, 막 조선희의 해외 여행기, 이런 에세이 포토북들이었고 그런 데는 오히려 지금처럼 사진 예술 서적보다는 그런 에세이들이 좀 많았던 것 같아요.
경준 배두나 에세이
태식 맞아 맞아 맞아
민하 그거 너무 귀엽던데
01. 눈을 가다듬는 방법
우리, 찍힌 사진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는 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사후적인 부연설명이 아니라 실질적인 현재형의 이야기. 내 사진이 읽힐 동안 나는 사진을 찍는다. 내 사진이 나체로 숭덩 걸리는 순간의 용기를 내되, 그 이후로 나는 뻔뻔하게 모른척 지금의 일과 씨름해야한다.
사진은 인덱스이고, 흔적이고, 어쩌면 그래서, 닿을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아우라를 가진다. 그러나 우리는 판판한 종이가 아닌 말랑한 살덩이가 아닌가? 사진을 만드는 것은 종이가 아니다. 우리는 마음껏 구겨지고 움직이는 몸이다. 보폭 - 눈 - 판단력 - 손가락과 순간의 프레스다. 우리는 어떻게 움직이고, 만나고, 생각하고, 공부하며, 찍고, 현상하고, 고르고, 인화하고, 보여줄 수 있을까?
총 10개의 챕터를 통해 사진을 보는 것부터, 찍기, 고르기, 인화/인쇄하기. 보여주기의 일련의 과정을 함께 공부해보고자 한다. 아주 작은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4월 14일, 논현역에서 eyeseateveryday 팀원들과 만났다. 해외에 거주중이신 대성님으로부터는 메일을 주고 받았다.
민하 어쩌다가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태식 세 번의 기회가 있었던 것 같아요. 우선 유년기 시절 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집 앞에 사진관이 있었고 그 사진관 아저씨와 수다를 많이 떨다가 사진과 가깝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다음에 제가 집에 누나들이 많아요. 그래서 첫째 누나랑 11살 차이가 나는데 그때 누나들이 항상 미니홈피 꾸밀 시기였어요. 그래서 항상 저희 집에는 새로운 기종이 카메라가 있었어요. 제 나이 11살 차이의 누나가 쓰는 걸 제가 쓰다 보니까 제가 학급에서는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친구였어요. 세 번째로는 중학교 때 제 베프가 하시시박 작가의 친동생이었어요. 그래서 걔네 집에 놀러 가면은 패션 이야기, 요즘 사진 이야기, 필름 막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아 이 업계에 들어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게 그때였던 것 같아요.
민하 신기하다. 기회가 진짜 되게 많았네요. 제가 처음 카메라를 든 기억은 그 중학교 때인가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가는데 슈퍼에 짭 일회용 필름 카메라가 있었어요. 이상한, 코닥 이런 데는 아니고 되게 이상한 일회용 필름 카메라가 있었어요. 근데 그거를 수학여행 가서 처음 찍어봤던 기억이 있고 그 뒤로 조금 필름이 재미있었나 봐요. 그래서 조금씩 찍다가 이제 제대로 시작하게 된 거는 대학교 들어가고 동아리에 들어가서 암실을 썼는데 암실이 너무 이상한 거예요. 사진을 보여주는 공간은 엄청 밝고 빛이 있어야 되잖아요. 근데 암실에는 빛이 하나도 허용이 안 된다는 것도 좋고, 그리고 그 안에서 엄청 촉각적인 기분이 들었어요. 뭔가 눈을 감는 것보다 더 안 보이니까 제가 원래도 예민한데 후각이랑 촉각이 너무 예민해지는 그런 시점이 있었고 그 인화를 할 때는 뭔가 그 이미지를 계속 보게 되는 게 너무 좋고 물에서 꺼내는 것도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저한테 약간 되게 홀리한 경험이었어요. 그래서 사진이 이렇게 태어나는 느낌? 다른 감각으로 뭔가 세상을 지각하는 느낌이 있었고 그래서 이미지라는 것에 되게 정을 붙였던 것 같아요.
대성 아주 오래 전 기억이에요. 1985년도. 부모님과 동물원에 갔을 때였는데 아버지께서 들고 계시던 카메라를 주시면서 어머니와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셨어요. 사람마다 그런 순간이 있지 않나요? 설명할 순 없지만 본능적으로 느끼는 순간들. 그건 ‹ 사진을 하고 싶다 › 라기 보다 ‹ 아, 난 사진을 할거야 › 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때가 그런 순간이었어요.
경준 저는 중학생 때 아버지한테 디지털 카메라를 사달라고 엄청 조른 기억이 있어요. 가격도 기억이 나. 23만 4천 원이에요. 24만 원인가 23만 원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 글도 쓰고 싶었고 음악도 하고 싶었고 이것저것 하고 싶었는데 제가 성격이 급하니까 뭐 만들자마자 바로 나오는 게 사진이었거든요. 그래서 사진을 좀 관심을 가지고 종종 찍다가 고등학교 때 교환 학생을 갔는데 거기 학교에 암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학교 수업 중에 흑백 사진 수업이 있어가지고 그때 암실 수업을 하면서 조금 더 관심 가지고 있다가 그때 이후로 종종 사진 학교에 사진 수업이 있으면 듣고 뭐 이런 거 하다가.. 근데 그때는 계속 꿈이 사진 하고 이러고 싶진 않았거든요. 그냥 좋아하는 취미 정도였고 대학교 3학년 때 좀 정신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그때 뭐라도 안 하면 안좋을 것 같아서 그나마 할 줄 아는 게 사진 같아가지고 (하게 됐어요.)
태식 둘 다 암실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민하 맞아요. 대학교 때 사진 찍게 된 것도 저는 그 시골에서 한 20년을 살다가 올라왔는데 되게 이상했거든요.
뭔가 그 뿌리가 흔들리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저는 친구들도 막 10년 이상 안 친구, 집도 이사를 한 번도 안 가보고 항상 똑같은 애들이랑 똑같이 학교에 다니던 그런 아이였는데 서울에 올라오니까 너무 다르고 억울하고 뭔가 되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느낌이 있었어요. 근데 그때 사진을 많이 찍었던 것 같아요.
경준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지금은 주제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훨씬 많지만 그때는 주제 그런 거 없이 그냥 해소하는 느낌으로 찍고 보면 뭔가 제 기분을 실체화해서 보는 느낌이 들어서 그러면 덜 외로웠던 것 같아요.
민하 그러면은 그때 이제 사진을 시작하고 나서 어떻게 좀 공부를 했는지 어떻게 사진이 늘게 됐는지 좀 얘기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민하 사진을 어떻게 공부했나요?
태식 아까 이야기한대로 어렸을 때부터 뭔가 그 사진이랑 친해지는 계기들이 좀 생겼던 것 같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어머니가 저한테 백과사전을 사줬었어요. 그래서 백과사전에 있는 그 사진을 여러 번 보는 행위로 시작을 했고 집에 있는 걸 여러 번 보다 보니까 도서관을 갔어요. 집 앞에 있는 도서관에서 사진이 나온 책들을 찾아서 여러 번 봤던 기억들이 있어요. 근데 그때는 뭔가 그 예술 서적 이런 것들이 도서관에 많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봤던 걸 또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건 (제가) 공부를 했으면 좋겠는 친구였거든요. 그래서 도서관 갈게 이러고 저는 사진책만 계속 봤던 것 같아요. 공부를 안 하고 그런 식으로 해서 더 친해진 계기가 되지 않았나.
민하 그 때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 나세요?
태식 그때 기억을 하면은 오히려 한국 책이었던 것 같아요. 김중만의 아프리카 이야기, 막 조선희의 해외 여행기, 이런 에세이 포토북들이었고 그런 데는 오히려 지금처럼 사진 예술 서적보다는 그런 에세이들이 좀 많았던 것 같아요.
경준 배두나 에세이
태식 맞아 맞아 맞아
민하 그거 너무 귀엽던데











추억의 배두나 에세이
태식 그게 조금 어렸을 때랑 학생 때니까 본격적으로 찍은 게 저는 고등학생 때 였던 것 같은데 그게 본격적으로라고 하는 얘기가 뭐냐면 옷도 좋아하고 카메라도 좋아하다 보니까 제가 그 카메라를 들고 뭐 출사를 간 게 아니고 무신사 스트리트 사진 포토그래퍼 이런 걸로 스냅 사진을 찍기 시작을 했었어 가지고 그때 한 장 갖다주면 5천 원을 주셨어요. 근데 그때는 건강하잖아요. 젊고 그러다 보니까 주말에 한 25명씩 찍어 갔던 것 같아요. 그러면은 그 사람들의 연락처들도 받고, 그걸로 수익 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보면은 처음으로 사진으로 외부 활동을 하는 게 그런 식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민하헐 신기하다.
태식 그게 이제는 고 2-3? 엄마가 공부하라고 그러니까 주말에 맨날 도서관 가는 척했죠.
민하 대박이다. 진짜 약간 좀 더 부딪히면서 배운 스타일인 것 같아요.
태식 그렇게 되나요? 그래서 (저한테는) 자연스러웠어요. 이게 뭔가 공부로 이루어졌던 느낌보다는 그래서 이 카메라(민하가 들고온 Canon EOS 8R)가 되게 반가운 게 그때 썼던 게 이제 캐논 450D 이런 거였거든요. 한 50만원에서 60만원 했던 것들인데 그런 식으로 그냥 제일 싼 카메라부터 하나씩 하나씩 하나씩 했던 것 같아요. 그게 이제 더 집중적으로 했던 시기이지 않았을까
추억의 배두나 에세이
민하 태식한테는 항상 사람이 있는 게 신기해요. 결국 사람 사람 때문에 시작하고 사람으로 늘고 이렇게
경준 나랑 정반대인 거 아니야?
민하 아니 근데 진짜 도움 많이 됐겠다. 그 무신사 포토 너무 저한테 지금 필요한 훈련인 것 같다.
태식 오히려 지금은 어려운 것 같은데 그때는 뭔가 이유가 있잖아요. 옷이 멋있으니까. 이유가 있어서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때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았을까.
민하 맞아. 그때 알게 되고 지금도 아는 사람 있어요?
태식 너무 많아요. 진짜 그때 알게 된 친구들도 지금 많이 연락하고 거의 다 그때 알던 친구들이에요.
민하 저는 전시가 컸던 것 같아요. 저는 뭔가 엄청 단순하고 물질이, 물성이 너무 중요하고 제가 그런 경험을 하는 게 너무 중요해서 전시를 좀 좋아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많이 못 봐서 좀 아쉬워요. 한동안은 진짜 일주일에 두 개씩은 봤던 것 같거든요. 제일 기억에 남는 거는 그 한아(민하의 베스트 프렌드)랑 토르비욘 로드란드의 전시를 한국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때가 너무 재밌었어요. 그때 사진도 좋았지만 그냥 전시를 보러 가면은 그날 약간 안 가던 동네 가고 주변 보고 이거 자체가 저한테는 미니 서울 여행처럼 느껴져서 20대 초중반 때 전시를 많이 봤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경복궁을 가거나 을지로 쪽을 가면 미술관들이 다 모여 있으니까 저거 보고 걸어서 이거 보고 걸어서 이거 보고 약간 이런 식으로 그런 루트를 소개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태식 그게 조금 어렸을 때랑 학생 때니까 본격적으로 찍은 게 저는 고등학생 때 였던 것 같은데 그게 본격적으로라고 하는 얘기가 뭐냐면 옷도 좋아하고 카메라도 좋아하다 보니까 제가 그 카메라를 들고 뭐 출사를 간 게 아니고 무신사 스트리트 사진 포토그래퍼 이런 걸로 스냅 사진을 찍기 시작을 했었어 가지고 그때 한 장 갖다주면 5천 원을 주셨어요. 근데 그때는 건강하잖아요. 젊고 그러다 보니까 주말에 한 25명씩 찍어 갔던 것 같아요. 그러면은 그 사람들의 연락처들도 받고, 그걸로 수익 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보면은 처음으로 사진으로 외부 활동을 하는 게 그런 식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민하 헐 신기하다.
태식 그게 이제는 고 2-3? 엄마가 공부하라고 그러니까 주말에 맨날 도서관 가는 척했죠.
민하 대박이다. 진짜 약간 좀 더 부딪히면서 배운 스타일인 것 같아요.
태식 그렇게 되나요? 그래서 (저한테는) 자연스러웠어요. 이게 뭔가 공부로 이루어졌던 느낌보다는 그래서 이 카메라(민하가 들고온 Canon EOS 8R)가 되게 반가운 게 그때 썼던 게 이제 캐논 450D 이런 거였거든요. 한 50만원에서 60만원 했던 것들인데 그런 식으로 그냥 제일 싼 카메라부터 하나씩 하나씩 하나씩 했던 것 같아요. 그게 이제 더 집중적으로 했던 시기이지 않았을까

무신사 스트릿 포토 활동 당시 태식님의 사진
민하 태식한테는 항상 사람이 있는 게 신기해요. 결국 사람 사람 때문에 시작하고 사람으로 늘고 이렇게
경준 나랑 정반대인 거 아니야?
민하 아니 근데 진짜 도움 많이 됐겠다. 그 무신사 포토 너무 저한테 지금 필요한 훈련인 것 같다.
태식 오히려 지금은 어려운 것 같은데 그때는 뭔가 이유가 있잖아요. 옷이 멋있으니까. 이유가 있어서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때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았을까.
민하 맞아. 그때 알게 되고 지금도 아는 사람 있어요?
태식 너무 많아요. 진짜 그때 알게 된 친구들도 지금 많이 연락하고 거의 다 그때 알던 친구들이에요.
민하 저는 전시가 컸던 것 같아요. 저는 뭔가 엄청 단순하고 물질이, 물성이 너무 중요하고 제가 그런 경험을 하는 게 너무 중요해서 전시를 좀 좋아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많이 못 봐서 좀 아쉬워요. 한동안은 진짜 일주일에 두 개씩은 봤던 것 같거든요. 제일 기억에 남는 거는 그 한아(민하의 베스트 프렌드)랑 토르비욘 로드란드의 전시를 한국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때가 너무 재밌었어요. 그때 사진도 좋았지만 그냥 전시를 보러 가면은 그날 약간 안 가던 동네 가고 주변 보고 이거 자체가 저한테는 미니 서울 여행처럼 느껴져서 20대 초중반 때 전시를 많이 봤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경복궁을 가거나 을지로 쪽을 가면 미술관들이 다 모여 있으니까 저거 보고 걸어서 이거 보고 걸어서 이거 보고 약간 이런 식으로 그런 루트를 소개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Jan 9, 2026, 5:33 PM
제가 꽤 많은 공간/배경 사진을 찍어왔다는 것을 알았고, 이 사진들을 시간이 지나 다른 누군가에게 공유한다는 사실도 좋은 느낌이 들어요. 찍었을 때 당시 나중을 위해서 찍은 사진들도
많았어요. 그때는 너무 얼마 안 된 시일의 사진들 이어서 별 감흥이 없었는데, 지금 보니 의미 있는 기록물이 되어있더군요. 가치가 생기니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사진들이 많았어요
다음 메일에는 좀 더 정리해서 보내 드릴게요.
이번에는 24장의 사진입니다. 그럼 감기 조심하세요!
글을 쓰다보니 문득 어디로 여행 가셨는지 궁금하네요
Jan 10, 2026, 3:55PM
안녕하세요 소현씨
저는 지금 도쿄에 와 있어요. 감기 조심하라고 해주셨는데, 안타깝게도 심한 감기로 인해 병원에 가고 약을 먹으며 여행 초반기를 버텼네요. 오늘은 처음으로 외출 다운 외출을 한 날입니다.
지금은 신주쿠를 지나고 있어요.
소현씨 사진을 보니 어떤 사진들은 사람이 일부로 없어진 것 같았어요. 특히 집의 사진은 흐트러진 이부자리와 헤어 드라이기, 쓰임이 드러나는데 사람만 없어서 신기했네요. 시간이 멈춰 사람들은 고정되어있는데 소현님만 유유자적하는 이상한 상상을 했습니다.
Jan 9, 2026, 5:33 PM
제가 꽤 많은 공간/배경 사진을 찍어왔다는 것을 알았고, 이 사진들을 시간이 지나 다른 누군가에게 공유한다는 사실도 좋은 느낌이 들어요. 찍었을 때 당시 나중을 위해서 찍은 사진들도
많았어요. 그때는 너무 얼마 안 된 시일의 사진들 이어서 별 감흥이 없었는데, 지금 보니 의미 있는 기록물이 되어있더군요. 가치가 생기니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사진들이 많았어요
다음 메일에는 좀 더 정리해서 보내 드릴게요.
이번에는 24장의 사진입니다. 그럼 감기 조심하세요!
글을 쓰다보니 문득 어디로 여행 가셨는지 궁금하네요
Jan 10, 2026, 3:55PM
안녕하세요 소현씨
저는 지금 도쿄에 와 있어요. 감기 조심하라고 해주셨는데, 안타깝게도 심한 감기로 인해 병원에 가고 약을 먹으며 여행 초반기를 버텼네요. 오늘은 처음으로 외출 다운 외출을 한 날입니다.
지금은 신주쿠를 지나고 있어요.
소현씨 사진을 보니 어떤 사진들은 사람이 일부로 없어진 것 같았어요. 특히 집의 사진은 흐트러진 이부자리와 헤어 드라이기, 쓰임이 드러나는데 사람만 없어서 신기했네요. 시간이 멈춰 사람들은 고정되어있는데 소현님만 유유자적하는 이상한 상상을 했습니다.



지난 번 대화를 나눌 때 이번 포트레이트 작업에서 찍은 공간(기록한 공간)이 이미 없어진 것이 좋았다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이번에도 공간 사진을 시간이 지나 누군가한테 공유한다는 사실이 좋은 느낌이라고 해주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간의 시간차를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해요.
또 인물을 대할 때와 장소를 대할 때의 소현씨의 자세와 태도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요. 눈을 맞추지 않아도 되고, 찍어도 되는지 묻거나 말을 걸거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장소를 내가 대하는 태도는 나의 가장 순수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도 들어요. 소현씨는 장소를 어떤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찍으시나요?
지난 번 소현님이 “저는 도둑질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순식간에 막 훔치는 거!”라고 한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저는 오늘 아침 소현님의 메일을 읽고, 또 하루를 곱씹으며 카메라를 들고 도쿄 거리를 거닐었습니다. 우연히 한 학교에 도달 했는데, 훔치고 싶은 장면들이 너무 많았어요. 닫힌 체육관 안에는 아이들이 우글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밖에는 모래바람과 잠긴 수도꼭지, 국기 개양대에 줄과 철이 부딪히며 나는 소리가 가득했어요. 언제 종이 치고 아이들이 몰려나올까 엄청 두근대면서 도둑질 하듯이 사진을 찍었어요. 그리고 역시 도둑질은 혼자 해야지, 그리고 사진은 관심, 무관심, 무례와 도둑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사진을 무사히 훔치고 두근대는 소리들을 녹음했어요. 녹음 파일을 같이 보내드려요.
지난 번 대화를 나눌 때 이번 포트레이트 작업에서 찍은 공간(기록한 공간)이 이미 없어진 것이 좋았다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이번에도 공간 사진을 시간이 지나 누군가한테 공유한다는 사실이 좋은 느낌이라고 해주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간의 시간차를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해요.
또 인물을 대할 때와 장소를 대할 때의 소현씨의 자세와 태도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요. 눈을 맞추지 않아도 되고, 찍어도 되는지 묻거나 말을 걸거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장소를 내가 대하는 태도는 나의 가장 순수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도 들어요. 소현씨는 장소를 어떤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찍으시나요?
지난 번 소현님이 “저는 도둑질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순식간에 막 훔치는 거!”라고 한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저는 오늘 아침 소현님의 메일을 읽고, 또 하루를 곱씹으며 카메라를 들고 도쿄 거리를 거닐었습니다. 우연히 한 학교에 도달 했는데, 훔치고 싶은 장면들이 너무 많았어요. 닫힌 체육관 안에는 아이들이 우글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밖에는 모래바람과 잠긴 수도꼭지, 국기 개양대에 줄과 철이 부딪히며 나는 소리가 가득했어요. 언제 종이 치고 아이들이 몰려나올까 엄청 두근대면서 도둑질 하듯이 사진을 찍었어요. 그리고 역시 도둑질은 혼자 해야지, 그리고 사진은 관심, 무관심, 무례와 도둑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사진을 무사히 훔치고 두근대는 소리들을 녹음했어요. 녹음 파일을 같이 보내드려요.
0:0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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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17, 2026, 5:25PM
안녕하세요 민하님
도쿄에서 보내주신 소식 반가우면서도, 여행 초반에 감기로 고생하셨다니 마음이 안 좋네요. 조금 기운을 차리고 외출도 하셨다니 다행이면서 지금은 완쾌하셨기를 바래요. 신주쿠의 풍경은 어떨지, 민하님이 담아오실 조각들이 궁금해지네요. 함께 보내주신 녹음 파일 잘 들었습니다. 굵직하게 들리는 바람 소리 사이로 섞여 들리는 익숙한 셔터음이 반갑게 느껴지네요. 차가운 철제 소리, 그리고 그 틈에서 도둑질하듯 사진을 찍으며 두근거리셨을 민하님의 모습이 그려져서 사진을 찍는 입장에서 공감이 되면서도 재미있는 장면들이 떠올랐네요.
사진이 관심과 무관심, 그리고 무례와 도둑질 사이의 어디쯤 있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제가 미팅 때 말을 했는가 안 했는가, 가물가물한데 미국의 사진작가 다이안 아버스가 한 말 중에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정말 못된 짓 같다는 생각이 늘 드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못된 짓이다"라는 그 문장이 자주 떠오르고 공감하기도 합니다. 관련으로 최근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데, 친구 오프닝 뒷풀이 자리에서 친구들과 자동차 면허 취득에 대한 얘기를 했었는데요, 저는 돈을 많이 벌어서 택시를 타고 싶다, 제가 운전을 하면 큰일이 날 것 같다고 말을 했거든요. 한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소현님은 운전은 잘 하실 것 같은데, 보복 운전을 하실 것 같아요”
Jan 17, 2026, 5:25PM
안녕하세요 민하님
도쿄에서 보내주신 소식 반가우면서도, 여행 초반에 감기로 고생하셨다니 마음이 안 좋네요. 조금 기운을 차리고 외출도 하셨다니 다행이면서 지금은 완쾌하셨기를 바래요. 신주쿠의 풍경은 어떨지, 민하님이 담아오실 조각들이 궁금해지네요. 함께 보내주신 녹음 파일 잘 들었습니다. 굵직하게 들리는 바람 소리 사이로 섞여 들리는 익숙한 셔터음이 반갑게 느껴지네요. 차가운 철제 소리, 그리고 그 틈에서 도둑질하듯 사진을 찍으며 두근거리셨을 민하님의 모습이 그려져서 사진을 찍는 입장에서 공감이 되면서도 재미있는 장면들이 떠올랐네요.
사진이 관심과 무관심, 그리고 무례와 도둑질 사이의 어디쯤 있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제가 미팅 때 말을 했는가 안 했는가, 가물가물한데 미국의 사진작가 다이안 아버스가 한 말 중에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정말 못된 짓 같다는 생각이 늘 드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못된 짓이다"라는 그 문장이 자주 떠오르고 공감하기도 합니다. 관련으로 최근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데, 친구 오프닝 뒷풀이 자리에서 친구들과 자동차 면허 취득에 대한 얘기를 했었는데요, 저는 돈을 많이 벌어서 택시를 타고 싶다, 제가 운전을 하면 큰일이 날 것 같다고 말을 했거든요. 한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소현님은 운전은 잘 하실 것 같은데, 보복 운전을 하실 것 같아요”




지난번 대화 때 사라진 공간이 좋았다고 말씀드렸던 건, 제가 그곳을 찍을 당시에는 사라질 예정이었거나 혹은 사라질 줄 모르고 찍었던 그 찰나의 기록이 저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에요. 이제는 가고 싶어도 다시는 갈 수 없는 곳이기도 하고, 오직 사진으로만 그 공기를 어렴풋이 떠올릴 수밖에 없는 곳을 기록했다는 사실이 스스로 특별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누군가에게도 분명 그 기록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 거라 믿고요.
사실 저는 제가 찍은 사진과 정이 드는 데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에요. 처음 사진이 나왔을 때는 별 감흥이 없다가도, 시간이 흐르고 몇 번씩 다시 들여다보면서 비로소 사진에 의미가 생기고 마음이 가기 시작하거든요. 그동안 철저히 저 혼자만 보고 좋아하던 사진들이었는데, 이렇게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보여드리고 나니 그 공유의 과정 자체가 기분 좋은 생경함으로 다가오네요.
장소와 인물을 촬영할 때 제 태도가 아예 다르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적어도 저는 인물을 찍을 때도 마치 장소를 대하듯 담백한 태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사람을 향해서도 눈치를 보거나 억지로 꾸며내지 않는 그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이번에도 그런 마음으로 고른 50장의 사진들을 함께 보냅니다. 민하님께 이 장면들은 또 어떤 이야기로 들릴지 궁금하네요.
남은 여행 기간은 부디 아프지 마시고, 도쿄의 예쁜 장면들 마음껏 도둑질하며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랄게요. 건강하게 돌아오세요!
Jan 21, 2026, 4:02 AM
안녕하세요 소현님.
저는 일본에서 돌아와 다시 집의 책상에 앉았습니다. 방금 아주아주 길어버린 손톱을 잘랐고, 밀린 빨래가 세탁기 안에 있어요.
보복운전을 잘할 것 같다는 말이 제법 웃기고 잘 어울리셔서 계속 생각났어요 ㅋㅋㅋ
저도 사실 소현님을 보면 그런 느낌을 받거든요. 기개가 있다고 해야할까요? 무언가를 획 채갈 것 같은 강렬하고 멋진 인상을 가지셨어요. 호랑이 같아요.
반면에 소현님이 모아주시는 장소 사진들은 제법 느낌이 달라 볼 때마다 생경합니다.
지난 번 만남에서 보여주신 인물 기록 사진은 정말 명확하고 힘이 강했어요. 그런데 소현님이 보내주신 장소사진들을 보면 낯선 장소에서 긴장해하며 카메라를 드는 작은 몸이 떠오릅니다. 그냥 저의 주제 넘은 상상일수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느꼈어요.
특히 소현님이 보내주신 사진들 중에 '무언가'를 찍지 않은, 공간에서 정말 눈이 달린 위치에서 풍경을 보듯 카메라가 달린 위치에서 공간을 보는 듯한 사진들이 좋았어요. 긴장하고, 낯설어하고, 떨린다고 느껴졌어요. 실제로 그런 느낌을 받으시나요? 사진을 찍을 때 소현님의 카메라는 어디에 달려 있나요?
지난번 대화 때 사라진 공간이 좋았다고 말씀드렸던 건, 제가 그곳을 찍을 당시에는 사라질 예정이었거나 혹은 사라질 줄 모르고 찍었던 그 찰나의 기록이 저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에요. 이제는 가고 싶어도 다시는 갈 수 없는 곳이기도 하고, 오직 사진으로만 그 공기를 어렴풋이 떠올릴 수밖에 없는 곳을 기록했다는 사실이 스스로 특별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누군가에게도 분명 그 기록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 거라 믿고요.
사실 저는 제가 찍은 사진과 정이 드는 데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에요. 처음 사진이 나왔을 때는 별 감흥이 없다가도, 시간이 흐르고 몇 번씩 다시 들여다보면서 비로소 사진에 의미가 생기고 마음이 가기 시작하거든요. 그동안 철저히 저 혼자만 보고 좋아하던 사진들이었는데, 이렇게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보여드리고 나니 그 공유의 과정 자체가 기분 좋은 생경함으로 다가오네요.
장소와 인물을 촬영할 때 제 태도가 아예 다르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적어도 저는 인물을 찍을 때도 마치 장소를 대하듯 담백한 태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사람을 향해서도 눈치를 보거나 억지로 꾸며내지 않는 그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이번에도 그런 마음으로 고른 50장의 사진들을 함께 보냅니다. 민하님께 이 장면들은 또 어떤 이야기로 들릴지 궁금하네요.
남은 여행 기간은 부디 아프지 마시고, 도쿄의 예쁜 장면들 마음껏 도둑질하며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랄게요. 건강하게 돌아오세요!
Jan 21, 2026, 4:02 AM
안녕하세요 소현님.
저는 일본에서 돌아와 다시 집의 책상에 앉았습니다. 방금 아주아주 길어버린 손톱을 잘랐고, 밀린 빨래가 세탁기 안에 있어요.
보복운전을 잘할 것 같다는 말이 제법 웃기고 잘 어울리셔서 계속 생각났어요 ㅋㅋㅋ
저도 사실 소현님을 보면 그런 느낌을 받거든요. 기개가 있다고 해야할까요? 무언가를 획 채갈 것 같은 강렬하고 멋진 인상을 가지셨어요. 호랑이 같아요.
반면에 소현님이 모아주시는 장소 사진들은 제법 느낌이 달라 볼 때마다 생경합니다. 지난 번 만남에서 보여주신 인물 기록 사진은 정말 명확하고 힘이 강했어요. 그런데 소현님이 보내주신 장소사진들을 보면 낯선 장소에서 긴장해하며 카메라를 드는 작은 몸이 떠오릅니다. 그냥 저의 주제 넘은 상상일수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느꼈어요.
특히 소현님이 보내주신 사진들 중에 '무언가'를 찍지 않은, 공간에서 정말 눈이 달린 위치에서 풍경을 보듯 카메라가 달린 위치에서 공간을 보는 듯한 사진들이 좋았어요. 긴장하고, 낯설어하고, 떨린다고 느껴졌어요. 실제로 그런 느낌을 받으시나요? 사진을 찍을 때 소현님의 카메라는 어디에 달려 있나요?






저도 여행 중에 소현님과 메일을 주고 받아서 그런지 여행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사실 카메라 없는 여행을 하고 싶어 하는데요, 이번에도 결국 카메라를 들고 갔네요.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어떤 장면을 찍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시달리기 싫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낯선 것을 좋아해서 그걸 방해받기 싫은 느낌이 있었는데 소현님은 낯선 곳이 어려워서 사진을 찍으면서 여행을 한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여행은 매번 짐을 싸고 짐을 들고 이동하는, 마치 계절이 바뀔 때 본가와 옷 택배를 주고받는, 임시적인 생활용품을 쓰며 끊임없이 이사하는 시간인 것 같아요. 소현님은 어떻게 여행하시나요? 여행에서 왜 사진을 찍는지 조금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요? 또,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작업 사진과 구분하시는지도 궁금해요.




여러 빌딩들을 내려다보는 사진들은 지도같다고도 느꼈는데, 그게 음악 작업실을 내려다보는 것과 유사하다고 느껴져서 재미있었어요. 이런 사진들은 정지한 것 같은데 문이 열려있고, 복도, 계단... 결국에는 이동성의 사진인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여행할 때 목적지를 정해두고서 경로를 좀 대략적으로 맞춰 걸으면서 많이 헤매는 것을 좋아해요.
요즘은 친구들 사진보다 장소 사진을 더 많이 찍으시나요? 소현님은 요즘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저는 어제 여행 마지막날 도쿄역을 걸으면서 멋진 야경을 보았어요. 시간이 10시가 다 되어가서 이제 지하철을 타고 숙소를 돌아가야 했어요. 아쉬워.. 하다가 아쉬운 마음은 정말 귀한 것이다 - 이렇게 뭔가를 더 하고싶고 보고싶고 있고 싶은 이 마음을 오래오래 가져야지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미련 없이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요즘 소현씨는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알려주세요. 궁금해요.
그럼 또 메일 해요!
민하 씀
Jan 24, 2026, 3:37 PM
안녕하세요 민하님,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이에요.
지금 한국은 너무 추워서 어디를 돌아 다니기가 겁이 나네요. 이 추위가 얼른 끝나기를 바라며 집에서만 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오늘 날이 좀 풀려서 오후에 외출 할 예정입니다. 나가기 전에 잠시 책상에 앉아서 메일을 쓰고 있어요.
여러 빌딩들을 내려다보는 사진들은 지도같다고도 느꼈는데, 그게 음악 작업실을 내려다보는 것과 유사하다고 느껴져서 재미있었어요. 이런 사진들은 정지한 것 같은데 문이 열려있고, 복도, 계단... 결국에는 이동성의 사진인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여행할 때 목적지를 정해두고서 경로를 좀 대략적으로 맞춰 걸으면서 많이 헤매는 것을 좋아해요.
요즘은 친구들 사진보다 장소 사진을 더 많이 찍으시나요? 소현님은 요즘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저는 어제 여행 마지막날 도쿄역을 걸으면서 멋진 야경을 보았어요. 시간이 10시가 다 되어가서 이제 지하철을 타고 숙소를 돌아가야 했어요. 아쉬워.. 하다가 아쉬운 마음은 정말 귀한 것이다 - 이렇게 뭔가를 더 하고싶고 보고싶고 있고 싶은 이 마음을 오래오래 가져야지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미련 없이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요즘 소현씨는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알려주세요. 궁금해요.
그럼 또 메일 해요!
민하 씀
Jan 24, 2026, 3:37 PM
안녕하세요 민하님,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이에요.
지금 한국은 너무 추워서 어디를 돌아 다니기가 겁이 나네요. 이 추위가 얼른 끝나기를 바라며 집에서만 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오늘 날이 좀 풀려서 오후에 외출 할 예정입니다. 나가기 전에 잠시 책상에 앉아서 메일을 쓰고 있어요.





저도 지난 12월에 3주 동안 베를린에 다녀왔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돌아오고 나서 다시 한국 일상에 적응하기까지 꼬박 3주가 걸렸어요. 여행한 시간 만큼의 적응 기간이 필요했던 그때가 생각나네요. 돌아온 지가 벌써 한 달 전이라는 것도 허무한 기분이 들어요.
호랑이 같다는 인상은 재미있네요 ㅎㅎ 대학 다닐 때에 만들었던 과제가 생각나요. 어쩌다가 그런 영상을 만들게 됐는지는 모르겠고 기억도 잘 안 나는데 제목이 '한국 호랑이'였고 저 스스로에 관한 과제였어요. 친구가 그 영상을 만들어줬었어요.
사실 그런 인상을 준다는 말이 저에게 처음은 아니에요. 자주 듣는 말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정작 저는 스스로를 그렇게 강한 사람이라고 느끼지는 않아요. 어쩌면 사진을 찍을 때만큼은 무언가를 휙 채가려는 태도가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민하님이 보신 제 안의 기개가 어떤 건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 장소 사진들에서 긴장하고 낯설어하는 작은 몸을 발견하셨다니, 민하님의 예민한 시선에 조금 들킨 기분도 드네요. 민하님의 상상이 맞을지도 몰라요. 저는 낯선 곳에 서면 인물을 찍을 때의 강렬한 에너지보다는, 그 공간에 조심스럽게 스며들려는 태도를 갖게 되거든요.
제 카메라는 눈높이에 달려 있기도 하지만, 가끔은 제 심장 언저리에 달려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있어요. 무언가를 멋지게 포착하려 하기보다, 그 공간이 주는 낯섦에 떨리는 제 마음의 위치에서 셔터를 누르게 됩니다. 생각보다 판단이 느리고, 반응이 먼저 나오는 위치랄까요. 그래서 민하님이 말씀하신 이동성의 사진이라는 표현이 와닿습니다. 머무르지 못하고 서성이는 제 시선이 사진에 담긴 것이 아닐까 해요
저도 지난 12월에 3주 동안 베를린에 다녀왔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돌아오고 나서 다시 한국 일상에 적응하기까지 꼬박 3주가 걸렸어요. 여행한 시간 만큼의 적응 기간이 필요했던 그때가 생각나네요. 돌아온 지가 벌써 한 달 전이라는 것도 허무한 기분이 들어요.
호랑이 같다는 인상은 재미있네요 ㅎㅎ 대학 다닐 때에 만들었던 과제가 생각나요. 어쩌다가 그런 영상을 만들게 됐는지는 모르겠고 기억도 잘 안 나는데 제목이 '한국 호랑이'였고 저 스스로에 관한 과제였어요. 친구가 그 영상을 만들어줬었어요.
사실 그런 인상을 준다는 말이 저에게 처음은 아니에요. 자주 듣는 말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정작 저는 스스로를 그렇게 강한 사람이라고 느끼지는 않아요. 어쩌면 사진을 찍을 때만큼은 무언가를 휙 채가려는 태도가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민하님이 보신 제 안의 기개가 어떤 건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 장소 사진들에서 긴장하고 낯설어하는 작은 몸을 발견하셨다니, 민하님의 예민한 시선에 조금 들킨 기분도 드네요. 민하님의 상상이 맞을지도 몰라요. 저는 낯선 곳에 서면 인물을 찍을 때의 강렬한 에너지보다는, 그 공간에 조심스럽게 스며들려는 태도를 갖게 되거든요.
제 카메라는 눈높이에 달려 있기도 하지만, 가끔은 제 심장 언저리에 달려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있어요. 무언가를 멋지게 포착하려 하기보다, 그 공간이 주는 낯섦에 떨리는 제 마음의 위치에서 셔터를 누르게 됩니다. 생각보다 판단이 느리고, 반응이 먼저 나오는 위치랄까요. 그래서 민하님이 말씀하신 이동성의 사진이라는 표현이 와닿습니다. 머무르지 못하고 서성이는 제 시선이 사진에 담긴 것이 아닐까 해요





저에게 여행은, 민하님 말씀처럼 끊임없는 이사같은 불안정함인 것 같아요. 저는 그 불안정한 낯섦이 조금 버거워서, 오히려 카메라라는 도구를 통해 그 풍경을 한 겹 걸러서 보게 됩니다. 임시적인 생활을 계속 옮겨 다니는 시간 같아요. 매번 잠깐 빌린 삶을 사는 느낌도 들고요
저도 사실은 카메라 없는 여행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봤던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건 영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낯선 곳에 있을 때 카메라가 저에게 일종의 방패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저는 낯선 곳이 즐겁기보다는 어려운 편이라, 사진을 찍으면서 그 낯섦을 견디는 타입에 가까워요. 사진을 찍는 행위가 저에게는 그 낯선 장소와 저 사이에 놓는 완충지대이자, 그곳에 내가 있었다는 유일한 증거가 되어줍니다.
여행 사진과 작업 사진을 엄격히 구분하지는 않지만, 여행 중에 찍은 사진들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비로소 작업의 재료로 다가오곤 해요. 그 당시의 여운이 가라앉고 난 뒤에야 그 사진들이 품은 진짜 표정이 보이거든요. 어떤 사진은 자연스럽게 작업 쪽으로, 어떤 사진은 기억 쪽으로 남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인물보다는 확실히 장소와 사물의 빈틈에 시선이 많이 머물러요. 사람이 떠난 자리, 혹은 공간의 표정들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찍는 일에 비해서 장소를 찍는 일이 조금 덜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시기인 것 같아요.
민하님이 도쿄역에서 느끼셨던 '아쉬운 마음은 귀한 것'이라는 문장이 참 아름다워요. 무언가를 더 보고 싶고 머물고 싶은 그 갈증을 긍정하는 마음이요. 저는 요즘 '나의 사진이 타인에게 어떤 쓸모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민하님과 메일을 나누며 제 사진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그 과정 자체가 이미 충분한 쓸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쓸모라는 건 참 어려워요. 중학생 때는 '꼭 세상이나 누군가에게 쓸모가 있는 삶을 살아야 좋은 삶인가?' 하는 생각을 잠깐 한 적도 있어요. 저희 할머니께서 늘 세상에 도움이 되고 기여를 하는 삶을 사는 것이 좋은 삶이라고 말씀하셨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그 도움이나 기여라는 것이 거창한 업적보다는, 우리가 주고받는 이 메일처럼 누군가의 마음속에 작은 파동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이번에는 35장의 사진을 보냅니다. 또 재미있는 생각들 나눠주세요.
소현 드림
저에게 여행은, 민하님 말씀처럼 끊임없는 이사같은 불안정함인 것 같아요. 저는 그 불안정한 낯섦이 조금 버거워서, 오히려 카메라라는 도구를 통해 그 풍경을 한 겹 걸러서 보게 됩니다. 임시적인 생활을 계속 옮겨 다니는 시간 같아요. 매번 잠깐 빌린 삶을 사는 느낌도 들고요
저도 사실은 카메라 없는 여행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봤던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건 영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낯선 곳에 있을 때 카메라가 저에게 일종의 방패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저는 낯선 곳이 즐겁기보다는 어려운 편이라, 사진을 찍으면서 그 낯섦을 견디는 타입에 가까워요. 사진을 찍는 행위가 저에게는 그 낯선 장소와 저 사이에 놓는 완충지대이자, 그곳에 내가 있었다는 유일한 증거가 되어줍니다.
여행 사진과 작업 사진을 엄격히 구분하지는 않지만, 여행 중에 찍은 사진들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비로소 작업의 재료로 다가오곤 해요. 그 당시의 여운이 가라앉고 난 뒤에야 그 사진들이 품은 진짜 표정이 보이거든요. 어떤 사진은 자연스럽게 작업 쪽으로, 어떤 사진은 기억 쪽으로 남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인물보다는 확실히 장소와 사물의 빈틈에 시선이 많이 머물러요. 사람이 떠난 자리, 혹은 공간의 표정들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찍는 일에 비해서 장소를 찍는 일이 조금 덜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시기인 것 같아요.
민하님이 도쿄역에서 느끼셨던 '아쉬운 마음은 귀한 것'이라는 문장이 참 아름다워요. 무언가를 더 보고 싶고 머물고 싶은 그 갈증을 긍정하는 마음이요. 저는 요즘 '나의 사진이 타인에게 어떤 쓸모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민하님과 메일을 나누며 제 사진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그 과정 자체가 이미 충분한 쓸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쓸모라는 건 참 어려워요. 중학생 때는 '꼭 세상이나 누군가에게 쓸모가 있는 삶을 살아야 좋은 삶인가?' 하는 생각을 잠깐 한 적도 있어요. 저희 할머니께서 늘 세상에 도움이 되고 기여를 하는 삶을 사는 것이 좋은 삶이라고 말씀하셨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그 도움이나 기여라는 것이 거창한 업적보다는, 우리가 주고받는 이 메일처럼 누군가의 마음속에 작은 파동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이번에는 35장의 사진을 보냅니다. 또 재미있는 생각들 나눠주세요.
소현 드림

PHOTOGRAPHER : HONG SOHYUN
EDITOR : MINHA PAK